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서울의 아파트 값이 8·2 대책 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허용, 반포주공1단지의 시공사 선정, 개포, 고덕 등 주요 강남단지들이 가격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한다. 한강 남쪽을 따라 반포에서 잠실, 개포, 고덕, 둔촌의 주공아파트를 비롯한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구반포지역의 일부 단지들은 주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 할 것 없이 재건축을 마친 지 거의 10년 가까운 단지들부터 최근 입주단지들까지 재건축의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서울 근교의 신축단지들이 줄어들면서 재건축단지들이 건설업체의 영업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건설 후 30년이 경과하면 법적으로 가능하도록 지난 정부에서 완화한 것과 더불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구조안전성을 중심으로 한 구조안전성 평가에서 주거환경을 중심으로 한 주거환경중심평가를 추가한 2가지의 안전진단 방법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도록 완화된 것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특히 구조안전성은 점수비중이 낮고 주거환경부분의 점수가 40%로 높아짐으로써 주거환경과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30%) 평가만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준이 변화되기 전에는 구조안전성 평가가 40%였지만, 주거환경중심의 평가는 구조체의 안전이 20%의 배점밖에 되지 않으므로 구조안전성이 담보돼도 그만큼 재건축이 쉬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건축은 안전진단기준에 의해 재건축 가능여부를 판단하지만, 용어만 안전진단이라는 명칭이 남아 있을 뿐 실제로는 안전진단이라기보다는 주거환경과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점수여부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현 재건축 안전진단평가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여기에는 건축물의 준공 후에 유지관리라는 부분이 거의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구조안전성이 담보돼도 유지관리를 잘해 주거환경이 나빠지지 않거나 건축마감과 설비의 노후도 점수가 낮으면 재건축은 할 수 없도록 판단기준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자원절약이나 유지관리가 중요한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재건축을 하기 쉽도록 하는 기준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재건축은 결국 사회적인 측면에서 재건축 후의 개발경제성과 직결된다. 현재의 단지가 가지고 있는 수용력(Capacity)과 재건축 후에 담을 수 있는 수용력 즉 용적률의 차이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입지와 거주자의 경제력도 한 몫을 한다. 현 단지의 용적률에 대비한 재건축 용적률의 차이에 따라 경제성이 판가름 나는 것이다. 경제성이 없거나 거주자의 경제적인 담보능력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추구는 어쩌면 거주자의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많은 이익과 더 좋은 단지를 만들어주는 업체를 대상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싶을 것이다. 더불어 건설업체에서 수주를 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체에서는 우선 수주해 이익을 남길 수 있으면 그만일지 모르고, 조합원들은 적은 돈으로 아파트 값이 우선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당연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공동주택은 거대한 도시경관의 일부이며 국가의 사회자산의 일부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개인의 이익으로만 볼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좀 더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나타나는 공동주택의 내용은 일부일 수밖에 없는 부분적인 정보이기는 하지만, 표면적인 사실을 너무 강조하고 있거나 캐치프레이즈만 난무하고 있는 감이 있다. 최신 정보통신과 IoT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첨단재료와 장비,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형태와 디자인,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소위 다른 단지와 차별화되는 폐쇄된 단지 내 왕국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단지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단지나 건축이 지나온 경험에 비춰 볼 때, 2가지만 말하고 싶다.

하나는 현재 많은 비판을 보이고 있는 단지측면에서 주변 가로와 분리된 단지의 건설을 지양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단지가 도시 내 다른 단지 또는 가로와 유리된 채 폐쇄적인 형태를 취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가로와 교류할 수 있는 열린 단지를 만들기를 바란다.

다른 하나는 미래를 지향하는 정말로 100년을 지향하는 성능을 가지는 단지와 건축물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최고도 좋지만 미래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단지를 만들자. 구조체의 내구성과 거주자 맞춤형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 및 유지관리를 쉽게 할 수 있고 설비의 점검과 교체가 쉬워 장기간 사용해도 낡은 건물이 되지 않는 공동주택을 만들기 바란다.

많은 업체에서 명작을 장담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교류하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한 열려있는 사용상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란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