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불성실 등 해고 사유가 없는 관리소장을 계약만료 전에 해고한 것은 무효이므로 관리소장은 계약만료일까지의 임금을 대표회의에 청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전지환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시 A아파트 전(前) 관리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1392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B씨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소규모 단지인 A아파트의 대표회의와 2015년 4월부터 2017년 4월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경리 업무, 택배물품 관리업무, 경비업무 등을 혼자서 수행했다. 대표회의는 지난해 1월 ‘아파트 관리비 축소 방안 및 아파트 거주자들과의 잦은 충돌로 인해 거주자들의 항의 및 불만’을 해지사유로 해 2016년 2월 29일자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B씨에게 통보했다. 해고 통보 이후 B씨는 지난해 2월 3일까지 출근했고 다음 달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 및 체불임금을 청구해 지난해 2월 1일부터 3일까지의 임금 2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A아파트 대표회장 C씨는 지난해 7월 B씨를 업무상횡령으로 고소한다는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 B씨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현재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D아파트에서 아파트 총괄 관리 및 경리 업무를 맡고 있다.

B씨는 “A아파트 대표회의가 계약해지사유로 삼은 불성실, 부적절한 근무를 한 적 없음에도 해고했고 지난해 2월 3일부터는 일방적으로 출근을 막아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므로, 대표회의는 지난해 2월 4일부터 계약만료일까지의 임금 합계 2866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아파트 대표회의는 B씨가 불성실하게 근무를 하고 공금을 횡령하는 등 신뢰관계도 깨뜨렸으며, 근로계약 기간 중 타 단지에 이중으로 근무하는 등 근로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해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민법 제655조 이하 고용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661조가 적용돼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부득이한 사유’는 고용계약을 계속해 존속시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나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 B씨가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근무지를 수시로 이탈해 불성실하게 근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원고 B씨가 입주민들의 주차 공간을 임의로 배정했다거나 특정인의 편의를 봐준 사실, 택배물품 관리를 소홀히 해 입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고 대표회의의 주장대로 원고 B씨의 관리사무소 부재 내지 택배물품 관리가 일부 지연됐더라도 이는 원고 B씨가 혼자서 관리소장 업무와 경비업무를 함께 맡음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이므로, 이를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부득이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씨의 이중근무 주장에는 “원고 B씨가 근무시간에 F아파트 관리업무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고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는 아르바이트로 F아파트에서 근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A아파트에서 근로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 B씨가 F아파트 관리업무를 병행해 A아파트 근로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정해진 근로시간을 어겨 지장을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를 무효로 보면서 B씨의 임금 청구에는 “원고 B씨가 지난해 9월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D아파트로부터 월급 및 상여금 등을 포함해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았으므로, D아파트로부터 중간수입을 얻기 시작한 날부터 A아파트와의 근로계약기간까지의 중간수입은 공제하되 중간수입이 미지급 임금보다 많으므로 미지급 임금 전부를 공제한다”고 언급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해고된 근로자는 그 기간에 노무를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사용자에게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 근로자가 자기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자에게 상환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에 다른 직장에 종사해 얻은 수입은 근로제공의 의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이어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중간수입을 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중간수입 공제 후 남은 미지급 임금 합계 1392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B씨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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