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공동주택 관리분야 속앓이 2]

서울시 가이드 제작·배포

경비원 근로기간,
회사 계약기간과 동일하게
감시업무 외 지시는

동의·추가 수당 필요

서울시가 제작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 표지 모습. 이번 가이드는 경비원들에 대한 감시업무 외 지시에 대한 추가수당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업계 갈등이 예상된다. <이미지제공=서울시청>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아파트 공동체-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 배포하기로 한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 관계자들은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시내 공동주택 108개 단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고용불안과 저임금, 열악한 근로환경에 노출돼있는 경비원에 대한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아파트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돌파, 서울시 내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중이 58%에 이르는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 근로실태가 근로기준법 등의 사각지대에 있고, 공동주택관리법상 경비원에 대한 처우개선 노력 등의 책무규정이 실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이번 상생고용 가이드를 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먼저 핵심적으로 고용안정과 관련해 용역회사 적격심사나 재계약심사 시 상생고용 노력을 반영하도록 제안했다. 경비원 근로계약기간을 용역회사의 용역계약기간과 동일하게 하고, 용역회사 변경 시에는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할 것도 권고해 이 부분에 대한 용역회사들의 고민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희망제작소 조사 결과, 아파트 관리주체는 경비용역회사와 보통 1~2년 단위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용역회사는 경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3~6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으며 해고와 채용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지 취재에서는 경기도 경비업계 관계자들이 용역비 정산제 도입 시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아파트 퇴직적립금과 실제 퇴직금에 차액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토로하고 이로 인한 단기 근로계약 성행을 우려하기도 했다<본지 제1160호 2017년 7월 31일자 게재>.

한 입주자대표 연합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 가이드의 경비원 근로계약기간 관련 내용에 대해 “경비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단기 근로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분은 찬성하지만 경비업체들이 최저입찰제에 따라 사실상 거의 수익이 없어 부득이하게 경비용역 퇴직금으로 수익을 충당하고자 경비원들과 단기근로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막게 되면 회사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최저입찰제부터 개선해 정당한 대가로 그에 알맞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이번 가이드에서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입주민들에게 경비원 휴게시간을 알리는 알림판을 경비실에 부착하도록 했다.

아울러 근무 중에만 업무지시를 내려 휴식을 보장하게 했으며, 경비원의 주요 업무가 감시업무이므로 조경·청소·택배업무·주차관리 등은 경비원의 동의를 구하고 추가 수당을 지급하도록 해 이에 따른 갈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휴게시간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지만 택배를 찾으러오는 입주민이 많아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입주민들에 대한 눈치 또는 거리상의 이유 등으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경비원들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휴게시간 동안 일한 부분에 대해 급여를 받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서울시는 주차관리 시 직접 주차와 출차를 수행하다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감시업무 외 지시에 대한 제약에 대해서는 다소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사)서울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총연합회 이상배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도 높아진 상황에서 감시업무 외 업무에 대해 추가수당까지 지급한다면 입주민들 부담이 너무 심해진다”며 “감시 시스템 자동화 등을 통한 경비원 감원 없이 입주민과 경비원들이 상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파트 경비원을 ‘관리원’ 개념으로 보고 경비용역 계약서상에 감시업무 외 업무들도 할 수 있도록 명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2일 아파트 근로자들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금지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업계 관계자들은 “주로 고령인 경비원들에게 감시업무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택배수령 및 주차관리 등이 주업무인데 이를 못하게 한다면 고령 경비원 고용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지고,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본지 제1141호 2017년 3월 13일자 게재>.

서울시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는 ① 고용안정을 위한 경비용역계약 ②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근무환경 ③ 입주민과 경비원 상생을 위한 업무 등 3대 가이드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경비원 상생고용을 위한 입주민의 수칙, 모범계약서 샘플 등도 함께 소개한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제작된 상생고용 가이드 총 6000부를 11일부터 서울시 내 도서관, 공동주택 단지 등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가이드는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 자료실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에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경비원 등 단지 내 근로자의 인권과 복지증진,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조례에서 명시한 바 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경비원 상생고용 가이드는 우리사회 대표적 비정규직 근로자이면서 우리 생활 속에 늘 함께 하고 있는 이웃인 경비원의 업무를 시민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사람 중심의 주거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제작했다”며 “경비원의 처우가 개선되면 서비스 질이 높아져 아파트 입주민들의 거주 만족도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생고용 가이드가 경비업체 및 입주민의 부담과 함께 경비원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 적절한 활용과 조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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