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총인구는 5140만명을 약간 웃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반려동물 인구수가 1000만을 넘었다고 한다. 농림축산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21.8%에 이른다고 한다. 반려견, 반려묘와 같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대중매체를 통해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TV프로그램에서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부쩍 증가하고 있고, 동물들을 위한 병원, 호텔, 요양원과 같은 시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도 토끼와 거북이, 고슴도치 등을 장기간 키워본 적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이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도 자주 발생한다. 한두 마리를 기르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마리와 함께 거주하는 세대들도 있어 층간소음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세대들이 많아 소음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털이 날려 피해를 끼치는 경우 등으로 인한 갈등이 대중매체를 통하여 보도되기도 한다. 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세대나 사람이 있는 반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서울시가 2015년 8개 자치구에서 반려동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 경우를 분석해보니 1035건이었다. 소음이 3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체 관련 327건, 배설물을 안 치우는 등 배설물 관련 152건, 목줄을 매지 않음 90건, 개를 방치함 69건, 물려서 다쳤을 때 34건 등의 순서였다(한겨레 2017. 7. 17. ‘내 눈에 예뻐도 이웃에게는 재앙’ 기사 중).

이러한 불편이나 불만을 해소하고 한 동네나 같은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이웃에 대한 배려이고, 다른 하나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과 설비에 대한 사항이다.

먼저 이웃에 대한 배려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집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보다는 기르지 않는 집에 대한 배려가 더욱 중요하다. 이웃에 불편과 불만을 주지 않도록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음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배설물의 수거는 물론이지만 뒤처리도 깨끗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올 봄 일본에서 겪은 일인데, 젊은 부부가 목줄을 맨 작은 개와 산책하면서 개가 거리에서 오줌을 눌 때마다 그 장소에 손에 들고 다니던 물통으로 물을 뿌리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냄새까지도 없애려는 배려가 돋보였다.

단지 내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한 규정도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규정을 정하고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타인을 위해 배려해야 할 사항,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사육, 배설, 산책, 소음 등)을 규정해 지키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거주자 등을 위해 배려해야 할 사항이다. 자기 집안에서 털 관리하기, 창이나 문을 열어 털 날리는 것 방지하기, 배설물의 뒤처리, 산책할 때 출입금지 장소 지키기, 목줄 이용하기 등도 필요하다. 기를 수 있는 반려동물의 종류나 수를 규정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거주자는 관리사무소에 등록하면서 규정을 준수하도록 승인을 받고, 이웃과 문제가 발생하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보다 등록이 번거롭고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반려동물과 이웃이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 아닐까?

다음은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과 설비에 대한 배려다. 최근 늘어나는 반려동물들에 대한 현실과 맞물려 다양한 기법이나 기술, 상품이 개발돼 있다. 개별세대에서 알아서 설비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것 같다. 정보 부족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공동주택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전용공동주택에 대한 내용이 많이 소개돼 있다. 10여년 전에 새로운 공동주택 계획을 위해 다양한 사례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미 일본에서는 반려동물의 설계지침이 있었고, 전용공동주택을 견학한 적이 있었다. 전용공동주택은 동 단위로 설정된 경우나 수평단위 혹은 수직적 라인 단위로 설계하기도 한다. 반려동물과 공생하는 주택인 경우는 1층 로비, 엘리베이터 및 홀 등의 공용부분과 개별 세대로 구분해 설계사항이 있었다. 공용부분의 로비 관련 사항으로 전용출입구 설치, 오물 처리함 및 수거함 설치, 세척장 설치, 우편함 부근에 리드 후크 설치, 전용게시판 설치 등이 있고, 엘리베이터 밑층 홀과 관련해 반려동물 승강표시 버튼 설치, 엘리베이터 홀에 반려동물 승강표시 점멸등 설치, 복도 및 계단실 각 세대 앞에 리드 후크 설치 등이다.

전용부분에는 현관 펜스 설치, 문짝에 전용출입구 설치, 화장실 배수구에 털 수거장치 설치, 세대간 방음 고려, 거실 및 방에 방음 새시, 환기설비 설치, 벽에 1m 높이까지 몰딩 처리 등 반려동물들의 생활과 관련해 사용하기 쉽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처럼 공용부분이나 전용부분에 대한 설계배려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적인 배려임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웃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이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이 익숙해져 갈 때도 된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이웃에 대한 배려와 동시에 반려동물들을 위한 삶의 공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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