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 판결

“선관위 업무 상당 지장”
1심 “벌금형 선고유예”

항소심 “한 라인만 떼 무죄”

피고인 ‘아들 명예 훼손’ 주장 인정 안 돼

대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동 엘리베이터 내에 게시한 공고문을 수차례 떼어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입주민에 대해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원심이 항소심에서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이 다시 이를 깨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 A씨가 2014년 9월경부터 11월 17일경까지 강원 춘천시 B아파트 C동 1라인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그곳 게시판에 부착한 2014년 9월 26일자 선거관리위원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개최 공고문, 9월 30일자 회의록 공고문, 10월 16일자 방문투표 및 해임결과 공고문, 동대표 선출 공고문, 10월 23일자 후보자 등록 공고문, 투·개표소 공고문 등의 문서를 떼 피고인 A씨의 집에 버리는 방법으로 위력으로 피해자 B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 A씨는 선관위가 이 사건 아파트 동대표인 자신의 아들 D씨를 용역업자 선정과 관련한 금품수수 등을 이유로 해임하고, 새로운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 절차를 진행하면서 게시판에 관련 회의 개최, 회의록, 투표 및 해임결과 등을 공고하자, D씨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고 공고내용이 D씨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다고 판단해 아무런 권한 없이 5회에 걸쳐 공소사실 기재 공고문을 떼어낸 사실, 그로 인해 선관위는 회의 개최, 선거 등에 필요한 공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선거관리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피고인 A씨의 위와 같은 행위는 선관위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유형력을 행사해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A씨가 한 라인의 공고문만 떼어낸 것이라거나,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서 공고문을 떼어낸 것이라고 해 달리 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피고인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판사 안종화)은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의 아들인 D씨가 공갈 범행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피고인이 떼어낸 공고문들과 관련된 D씨에 대한 해임이 무효이며, 새롭게 선출된 동대표 등에 대해 그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내용의 확정판결이 있기는 했으나, D씨에 대한 해임사유로는 금품수수 외에도 주택법령 위반 등 다른 사유들도 적시돼 있는 점, 동대표 해임 및 선임 등과 관련해 일부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선거관리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가치가 없는 업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춘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는 1심과 판단을 달리하며 원심판결을 파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체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부착된 선거 관련 공고문 중 A씨가 거주하던 C동 1라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공고문만 뗐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아파트 한 동 중 한 라인의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공고문을 수회 떼어냈다고 해 피고인이 선관위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세력을 행사했거나 피고인의 위 행위로 인해 선관위의 자유롭고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이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공고문을 떼어낼 당시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해 선관위나 입주민들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피고인이 공고문을 떼어낸 행위 외에 다른 방법으로 선관위나 입주민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위세 등을 고시해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보였다는 점도 적시돼 있지 않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시 이를 뒤집어 유죄 판단을 내리며 사건은 춘천지법으로 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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