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과실 중대성 따라 제한
위탁관리라도 대표회의 책임

서울중앙지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화재 원인을 제공한 입주민의 책임을 얼마나 물을 수 있을까. 아파트 화재 책임에 대한 판결이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민사부(재판장 박병태 부장판사)는 최근 전북 전주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B사가 입주민 C씨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D사는 원고 B사에게 894만여원을 지급해야 하고, 1심 판결 중 이를 초과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D사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4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 중이던 C씨의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불이 났고, 화재가 주차장 천정 및 벽면으로 확산돼 그 일부가 화염에 그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아파트 주차장 천장 및 벽면 일부가 훼손돼 1623만여원의 손해가 있었고 보험사 B사는 피보험자인 대표회의에게 보험금 1543만여원을 지급했다.

이에 B사는 “화재는 차량의 전기적 이상으로 발생해 C씨는 차량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공작물 책임이 있고 B사는 대표회의가 C씨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했으므로 C씨의 보험자인 D사는 B사에게 1543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사의 청구에 “주차 중인 차량의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흔한 사례가 아니어서 차주 C씨가 이를 예상해 대비하기는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D사 측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70%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D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할 경찰청, 소방서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차량의 절연열화에 의한 단락으로 추정되는 등 차량 내부의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화재사고 당시 차량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었고 이러한 하자는 차량의 연식이 오래됐음에도 차주 C씨가 내부의 전기적 결함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C씨의 과실이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의 성질에 비춰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며, 주차차량의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흔치 않은 사례여서 C씨가 이를 예상하고 대비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C씨도 큰 피해를 입은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해 D사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또 B사가 보험계약에 따라 대표회의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보험자대위에 의해 D사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는 금액은 894만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D사는 이 아파트가 20년 경과한 단지로 화재사고 피해 보수비용에 대해 건물 내구연한에 비춘 감가상각비용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감가상각은 피해물건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수리비가 물건의 가치를 초과해 훼손으로 인한 교환가치 상당액을 손해로 인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데, 이 사건처럼 피해건물의 훼손 부분을 보수하는 등에 불과한 경우에까지 감각상각비용을 공제해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C씨도 B사와 체결한 화재보험의 피보험자에 해당해 B사가 C씨에게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D사의 주장도 “B씨가 공용부분 중 다른 구분소유자의 지분에 관해서는 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위탁관리단지여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차장의 점유·관리자로서 여전히 주차장 설치·보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승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경기 양주시 아파트 어린이집 위탁운영자 E씨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어린이집안전공제회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및 대표회의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주택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F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 공제회에게 2288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 공제회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공제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5년 8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피난유도등에서 전기적 단락이 발생해 불이 났고 E씨는 어린이집 내 내부시설집기 훼손으로 7255만여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에 공제회는 E씨에게 3814만여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아파트는 위탁관리단지로 대표회의에는 주차장의 설치·보존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표회의의 주장에 “위탁관리를 한다고 해서 주차장의 점유·관리자로서 피고 대표회의의 책임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며 화재 원인 등 제반사정을 참작해 대표회의와 F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에 공제회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라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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