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주거비 부담과 주거불안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최근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주택조합방식이다. 주택을 투기와 재산증식의 대상으로서의 주택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거주나 사용 개념의 주택으로, 건축비와 관리비를 낮추고 공동생활의 활성화가 가능한 방식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주택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주택공급과 관리사업을 하는 법인체를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편리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주택 및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택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자율적 단체를 말한다.

2012년부터 시행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학생주택, 청년주택, 육아교육주택, 동호인주택. 실버주택, 장애인주택, 종교인주택, 직장 협동조합 등 다양하다. 서울시에서도 2013년부터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조성하고 있다. 동호인주택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안양 박달동 아카데미타운이며, 1990년대 초반부터 동호인주택이나 공동체 형태의 주택들은 이미 존재했고, 최근에는 민간사업체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공동자금출자와 토지의 선택, 설계와 시공 등 건설과정에 대한 거주자 참여 후 함께 입주해서 산다. 여기서 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공동주택이지만 거주자 참여에 따른 자신의 요구와 라이프 스타일이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맞춤형 주택이나 다양성 있는 개성적인 주택과 건설이 가능하고, 공동생활의 활성화와 이로 인한 삶의 질과 주택에 대한 애착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방식은 토지에 대한 이해, 주택에 대한 이해, 주택설계와 건설과정에 대한 이해, 함께 거주할 조합원들에 대한 이해, 공동공간과 생활 및 사용방식에 대한 이해 등을 바탕으로 기존의 일방적인 주택의 공급방식이나 사업방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접근방식이다. 최근 주택협동조합방식의 오픈 하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방문했던 협동조합주택에서 오픈 하우스 당시에 거주자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자신의 경제적 범위나 가족의 구성과 향후 어느 정도의 시기까지 삶이 구체화돼 있어, 주택의 공간구성을 가족의 생활에 맞춰 건축가와 협의 하에 구성했다고 한다. 이런 방식에서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건축가는 코디네이터로 거주자들의 의견과 수요를 종합해 주택의 호수나 공간구성, 나아가서 주동구성을 조정해 최적의 해답을 도출해냈다는 것이다. 4세대는 복층으로 상하세대가 협의해 부분 복층형으로 아래층 세대는 위쪽의 1/2을 다락과 방으로, 위층 세대는 아래쪽으로 1/2을 사용하는 상호 물려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복층을 함으로써 단독주택과 같이, 단면을 활용한 새로운 공간계획이 가능했다. 다른 세대들도 단층형이기는 하지만 각각 방의 수, 부엌이나 거실의 크기, 위치의 다양성을 취할 수 있었다. 큰 방으로 만들어 후에 방을 분할할 수 있도록 한 집도 있었다. 11가구가 모두 다른 삶의 방식과 요구에 대응한 설계로 이뤄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거주자들은 자신의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의 참여를 통해 공간구성과 내장의 재료, 색깔 등을 결정할 수 있었고 설계자와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이 결과 주택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집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만큼 주택의 공간구성 결정과정과 설계에 대한 의견의 반영이 주택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키웠으며,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면에서도 대량공급 단지와는 달리 전통적인 마을의 규모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범위의 세대수로 구성돼 있다. 한 개 동이 100세대를 넘는 수 개 동으로 구성된 대규모단지에서 불특정다수가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웃이라는 공동체적인 생활이 일반 분양이나 임대방식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유대감으로 ‘이웃사촌’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이 가능하다.

거주자들도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이며, 대지의 선택이나 설계 시에도 충분히 소통이 이뤄진 상태인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공동주택 단지는 단순히 분양이나 임대에 당첨되면 비용을 지불하고 준공 후 거주하는 과정이었다. 해당 공동주택 거주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분양 당시에 몇 가지 선택하는 정도(경우에 따라서는 중간에 한 번 정도 인테리어 정도는 변경 가능)나 입주 전 검사의 참여가 전부였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거주할 집이지만 자신의 의견이나 생활에 대한 요구가 거의 반영될 수 없없으며, 앞집이나 옆집, 위, 아랫집에 어떤 사람이 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주하게 되는 것이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몇 가지의 평면형에 거의 획일적인 공간구성과 한 두 가지 옵션의 내장으로 입주시점에 자신의 요구와 맞지 않은 사람들은 내장을 전면철거하고 개조해 입주하게 된다.

지으면 팔리던 시대의 대량공급이라는 제도나 사업 아래서는 사업의 프로세스상 설계의 다양성에 대한 업무량과다, 시공의 번거로움에 대한 업무증대 및 비용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실수요자인 소비자는 건설과정에서 자신이 거주할 주택에 대해 의사전달이나 공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동주택에서는 규모가 크든 작든 분양을 받거나 임대 신청해 당첨되면 거주하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일부에서 분양자에 대한 대화설계, 골조분양, 마이너스 옵션 등에 대한 검토나 시도 등이 있었으나 각기 다른 공간구성, 다른 자재와 내장의 품질·종류 등으로 인한 시공업무량의 증대와 더불어 다품종 소량으로 인한 거주자의 비용부담이 증가된다는 점 때문에 사라진 지 오래됐다. 모든 상품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체제가 변화해가고 있다. 주택분야에서도 다양성과 개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대다. 아직도 공간구성이나 생활양식의 획일성에 가까운 대량공급의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제 신주택보급률도 100%를 넘어섰고, 공급시대에서 재고시대로 전환해 가는 이때 거주자의 설계부터 시공과정 나아가서 관리과정에 거주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건설과정에서 실제 거주자가 계획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거주하면서 변화하는 요구나 거주자가 바뀔 때도 거주자의 생활의 다양성과 변화에 따라 거주자가 주체가 되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으로 공간의 변화를 포괄할 수 있는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나 가변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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