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입주민 자율적 투표로
해임 결정 존중돼야

회의·안건처리 지연
선관주의의무 위반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입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통해 확인된 해임투표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입주자대표회장이 리모델링 추진 안건과 관련한 회의를 지연시키고 신축공사 소음·분진 피해보상금 횡령사건 관련 임시회의 소집·의결 요구를 지연·보류하는 등 해임사유에 대해서도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진원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군포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회장해임 결의무효 확인 청구의 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중 12명은 지난해 1월 이 아파트 대표회장인 B씨에게 ▲2015년 6월 11일 정기회의시 가부결정 통한 안건처리 요구에도 독단으로 회의 이월·일방적 폐회선언 및 퇴장 ▲2015년 10월 28일 롯데건설 발전기금 횡령 건에 대한 긴급 대표회의 소집에도 아무런 통보 없이 미참석 및 총무에 의장권한을 위임해 직무 유기 등 해임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회장 해임 절차 진행요청 등을 안건으로 한 임시회의 소집을 청구했다. 이후 개최된 임시회의 및 정기회의에서 회장 해임절차 진행요청 안건이 가결돼 해임투표가 진행됐고, 참여 세대 중 71.5%가 찬성해 해임이 가결됐다.

이에 대표회장 B씨는 “선관위가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고, 허위내용이 기재된 유인물 게시를 방치하는 등 해임투표에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해임사유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3월 2일 실시된 해임투표는 무효이고 대표회의의 고의·과실에 의해 부적법하게 회장 지위가 박탈됐으므로 해임기간 중 받을 수 있었던 11개월간(2016. 3.~2017. 1.)의 업무추진비 55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표회장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 B씨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2월 원고 B씨에게 2016년 2월 20일 12시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B씨에게 충분한 소명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워 절차적 위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해임사유와 관련해서도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 년 전부터 리모델링 추진 여부에 관해 논의해 왔는데 원고 B씨는 리모델링 추진 보류를 공약으로 해 회장으로 당선됐고, 2015년 5월 회의에서 리모델링조합추진위원회의 대표회의 사무실 이용에 관한 안건이 논의돼 의견청취 후 결정키로 의결한 후 다음 달 회의에서는 구성원들의 안건처리 요구에도 원고 B씨는 반대의견을 밝히며 다시 7월 회의로 이월하겠다고 하고 폐회선언을 했다”며 “이 사건 안건은 이후 2015년 7월 회의와 8월 회의에 연이어 상정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계속 이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아파트 동대표 10명은 2015년 10월 원고 B씨에게 인근 복합쇼핑몰 신축공사 관련 소음·진동 피해보상금 횡령사건을 안건으로 해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해 개최됐지만 원고 B씨가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고 총무이사가 임시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의에서 의장이 되므로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으로서 민주적인 토론과 의결을 거쳐 공정하게 회의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직무집행 범위에 포함된다”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자들에 의해 선출되고 그 신임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이므로 규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입주자들의 투표에 의해 해임이 결정됐다면 그러한 입주자들의 의사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 B씨는 자기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 안건과 관련한 회의를 지연시키고 복합쇼핑몰 신축공사 소음·진동 피해보상금 횡령사건에 관해 다수의 입주민들이 횡령 사건 관련자들의 고발, 임시회의 소집·의결을 요구했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안건처리를 지연하거나 보류시키는 등 입주민들의 의사 표현을 제한했다”며 “이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입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자율적인 의사를 통해 확인된 해임투표의 효력을 곧바로 부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 측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는 “원고 대표회장 B씨는 최초 자신에 대한 회장해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가 후임 대표회장이 선출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는 피고측의 항변이 있자 소송 중에 무효인 해임에 따른 손해를 구하는 것으로 소를 변경했다”며 “법원은 B씨가 입주자대표회장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맞고, 입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확인된 해임투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 해임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입주자들의 의사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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