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판결

대표회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대상 될 수 있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입주자대표회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포함돼, 대표회의가 입주민의 개인정보를 제3자인 다른 입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우현 부장판사)는 최근 입주민의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경남 양산시 A아파트 동대표 및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B씨 외 5명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예비적 죄명 명예훼손)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을 각 벌금 30만원에 처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 등은 A아파트 입주민 C씨와 자동차보험 계약을 맺은 D사가 C씨 소유의 자동차 문짝 파손 가해자를 찾지 못해 지급하게 된 수리비 명목의 보험금에 대해 A아파트 대표회의에 구상금 지급청구를 제기하자, 이에 응할 수 없다며 해당사실을 입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입주민 C씨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문서를 공개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험사 D사는 B씨 등에게 A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청구를 제기한다는 내용의 소장과 함께 C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사실확인서 사본을 송달했고, B씨 등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해 D사의 구상금 지급청구에 응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내용을 입주민들에게 알리기로 한 다음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아파트 9개동 17개 엘리베이터 내 각 게시판에 D사가 보내온 사실확인서 사본을 포함해 다수의 글을 게시하게 했다.

B씨 등은 항소이유에서 “이 사건 대표회의는 주택법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아니라 관리방법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에 불과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2호 제5호에서 정한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단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관리직원들에게 사실확인서 사본을 게시하도록 한 것을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서 행한 행위라고 할 수 없어 같은 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71조 제5호는 제59조 제2호를 위반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제59조 제2호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와 달리, 같은 법 제15조, 제17조, 제18조 등에서는 의무주체를 ‘개인정보처리자’로 해 명백히 구별하고 있는 점,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무단 제공행위 등에 대해서는 제71조 제1호와 제17조 제1항에 의해 별도로 규제되고 처벌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일반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규범준수자로 해 규율하고 있음에 따라, 제8장 보칙의 장에 따로 제59조를 둬 ‘개인정보처리자’ 외에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의무주체로 하는 금지행위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개인정보처리자 이외의 자에 의해 이뤄지는 개인정보 침해행위로 인한 폐해를 방지해 사생활의 비밀 보호 등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의 적용대상자인 제59조 제2호 소정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제2조 제5호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제2조 제2호 소정의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설령 이 사건 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에 불과해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5호에서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대표회의 대표 내지 구성원으로서 입주민 C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사실확인서 사본의 게시에 관한 의결 과정에 참여한 피고인 동대표 B씨 등은 업무상 알게 된 같은 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같은 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같은 법 제71조 제5호의 적용대상자인 제59조 제2호의 의무주체가 제2조 제5호에서 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국한됨을 전제로 한 피고인 동대표 B씨 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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