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법원·국토부 ‘동대표 자격 상실’ 엇갈리는 판단...국토부 “상실 된다” vs 사법부 “상실 사유 아니다”

선출 자격요건에는 명시,
상실요건에는 미포함돼
유지요건 여부 판단 갈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동대표 혹은 입주자대표회장이 임기 중 해당 공동주택에서의 거주는 유지한 채 주민등록만 해당 공동주택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법원과 국토교통부가 서로 반대되는 판단을 내려 혼란을 주고 있다.(본지 제1143호 2017년 3월 27일자 게재)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는 지난 1월 16일 동대표의 주민등록 이전(실거주는 유지)시 동대표 자격 자동 상실 여부를 묻는 민원에 “동대표는 해당 공동주택의 ‘동(해당 선거구)을 대표하는 자’로서 선출된 자다. 따라서 질의와 같이 해당 공동주택이 아닌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이사를 한 경우 동대표 자격은 자동으로 상실됨을 알려드린다”고 회신했다.

이와 달리 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태훈 부장판사)는 최근 인천 남동구 A아파트 대표회장 B씨가 인천 남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취소 청구소송에서 “사건 당시 기준이 된 구 주택법 시행령(2016년 8월 11일 개정 전)의 동대표 자격상실 사유에 ‘주민등록 이전’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거주는 유지한 채 주민등록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동대표 자격이 상실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주민등록 이전에 따른 동대표 자격 상실을 이유로 B씨의 대표회의 소집을 금지한 인천 남동구청장의 시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남동구청장은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에서 동대표는 동대표 선출공고일 현재 해당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주민등록을 마친 후 계속해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 바, 이는 동대표의 입후보자격에 관한 규정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동대표의 자격 유지에 관한 요건으로도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아파트 외의 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김으로써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원고 B씨에 대한 이 사건 처분에는 실체적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방법원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은 해당 공동주택 단지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자 또는 동대표 선출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입주한 자를 배제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으로서, 그 문언상 동대표의 선출공고 당시를 기준으로 동대표 입후보자의 자격을 규정한 것이 명백한 점 ▲동대표는 궁극적으로 대표회의를 구성해 입주자 등의 권리 보호와 주거생활의 질서유지, 효율적인 공동주택의 관리를 공통의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동대표의 자격유지 여부는 공부상 주민등록의 유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해당 공동주택 단지에서의 실제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 점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는 동대표 입후보의 자격에 관한 제3항과 별개로 제4항에 동대표의 자격상실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주민등록의 이전’을 동대표 자격상실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동대표가 해당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 거주하면서 주민등록만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에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에 따라 그 동대표의 자격이 상실된다고까지 확대해석할 수는 없고, 달리 동대표가 해당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면서 주민등록만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 그 자격이 상실된다고 볼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 가면 시정명령 다 취소”
한편 구 주택법에서 개정된 현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도 구 주택법과 비슷하게 동대표 입후보 자격요건과 자격 상실요건이 나와 있다. 자격요건에는 ‘해당 공동주택단지 안에서 주민등록을 마친 후 계속하여 대통령령(6개월)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 거주하고 있을 것’ ‘해당 선거구에 주민등록을 마친 후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민등록 관련 요건을 명시하고 있으나, 자격 상실요건에서는 파산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주민등록 이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구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모두 주민등록과 거주 여부를 동대표 입후보 자격요건으로만 명시하고 있을 뿐 이를 동대표 자격 ‘유지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며 “동대표 자격 상실 요건에 ‘주민등록 이전’을 명시했다면 구청의 판단이나 국토부 유권해석이 맞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민등록 이전을 동대표 자격 상실이라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구청과 유권해석에서는 주민등록을 동대표 입후보 자격요건뿐만 아니라 유지요건도 된다고 판단했으나, 법 조항을 따져 본 재판부는 주민등록은 동대표 선출요건일뿐 유지요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실제 거주 여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비슷한 사례로 시정명령을 하게 되는 구청들은 재판까지 갈 때마다 시정명령 취소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악용사례 우려…법 개정 가능성도”
주민등록과 동대표 자격 관련 국토부 유권해석에 대해 국토부 전상억 서기관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의 동대표 자격상실 조항에 주민등록 이전이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국토부는 주민등록 관련 동대표 선출 자격요건을 유지요건에도 적용해 같은 유권해석을 해오고 있다”고 전한 뒤, “동대표는 입주민들의 대표로서 해당 공동주택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하고 입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을 마치고 실제 거주하고 있을 것을 자격 및 유지요건으로 두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거주 사실은 증명이 어렵고 동대표 자격유지를 위한 거주기간 기준을 두기도 막연해 실제 거주는 유지한 채 주민등록만 이전했다 하더라도 동대표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서기관은 “법과 유권해석은 입주민을 불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닌 입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고, 법은 입법부를 거쳐 만드는 것인데 사법부가 법의 의도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채 문헌적 해석에만 의지에 이와 어긋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전 서기관은 “주민등록을 동대표 유지요건으로 하지 않았을 때 한 사람이 여러 아파트에서 동대표를 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주민등록을 유지요건으로 엄격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 서기관은 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어 여러 아파트에 혼란이 올 수 있는 부분을 인정하며 법조항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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