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감·단직 근로자…가이드라인’
기계적 적용 불가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경비업무가 과하지 않고 휴게시간도 주어졌으므로 경비원의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등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또 법원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모든 상황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A아파트 경비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경비원 B씨는 A아파트에서 1일 24시간씩 격일제로 근무했으며 이 아파트 입구 초소 경비, 순찰, 차량통제, 택배 접수 및 분배, 경비실 주변 청소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화요일에는 재활용품 분리수거 업무도 담당했다.

B씨는 2014년 9월 퇴근 후 다음날 출근하던 중 이 아파트 경비실 부근을 걸어가다가 자리에 주저앉은 후 그대로 누우면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결과 흉곽 전벽의 타박상, 우측 발부분의 타박상, 요추부 염좌, 경추부 염좌, 일과성 뇌허혈증, 중대뇌동맥경색으로 진단받았다.

이에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출근 중 상해를 입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일과성 뇌허혈증 등이 발병했다며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는 출근 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발생한 사고로 출·퇴근재해 인정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신청 상병 중 ‘일과성 뇌허혈증’은 상병 확인되나 과로 및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등이 소명되지 않아 업무와 상병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요양승인 불승인 처분을 했다. 재심사 청구마저 기각되자 B씨는 요양승인 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B씨의 청구를 기각,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경비원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 B씨의 업무로 인해 일과성 뇌허혈증이 발병했다거나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B씨가 2012년 9월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기 전에도 1년간 비슷한 업무를 한 적 있어 근무환경 및 업무에 이미 익숙한 상태였을 것이고 원고 B씨의 업무가 나이와 세대수 등을 고려했을 때 건강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B씨가 격일 24시간씩 근무하고 있으나 업무 특성상 대기시간 및 휴게시간이 혼재돼 있고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야간근무시 휴게시간 외에도 출입하는 사람이 없으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고 B씨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휴게장소·근로장소가 같을 경우 근로 및 휴식 구분이 곤란해 휴식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으므로 당시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이 가이드라인은 원고 B씨의 실질적 업무 강도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해 경비실 내 휴게시간을 전부 근무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 B씨는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등의 요소를 갖고 있는데, 원고 B씨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고혈압 발병에 영향을 미쳐 이 사건 상병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과로 등과 고혈압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먼저 입증돼야 하나, 이 사건 기록상 이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 B씨의 주치의가 원고 B씨에게 중대뇌동맥경색이 발병했다고 진단했으나 피고 원처분지사 자문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일치해 이를 상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등 원고 B씨 주치의의 진단만으로는 원고 B씨에게 중대뇌동맥경색이 발병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뇌허혈증 및 중대뇌동맥경색이 발병해 정신이 혼미해져 넘어지다가 상해를 입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중대뇌동맥경색의 상병이 인정되지 않고 일과성 뇌허혈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씨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 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원고 B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B씨는 이같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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