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판결

아파트 단지 내 빙판길 안전관리 의무는 어디까지?
"관리주체에 요구되는 주의의무 상대적 안전성 기준으로 해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최근 연이은 강추위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제설작업, 물청소시 물기제거 등 겨울철 안전관리 의무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단지 내 빙판길에서 넘어져 입주민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관리주체가 제설작업, 미끄럼주의 표지판 부착 등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한승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수원시 A아파트 내 인도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사망한 B씨의 유가족들이 이 아파트 위탁관리회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제1심 판결을 인정,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피고 C사에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려면 사고 당시 피고 C사가 이 아파트 관리주체로서 아파트를 관리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B씨가 바닥이 얼어서 미끄러운 인도에서 넘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사고 당시 피고 C사에게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 C사가 이 아파트 관리주체로서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동절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업무를 함에 있어서 관리주체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해당 공용부분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라며 “사고가 발생한 인도의 경우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 등을 고려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상식적으로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관리주체의 안전관리의무를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 C사는 평소 ‘겨울철 미끄럼 사고 주의’ 공고문을 각 동의 게시판에 공고하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미끄럼 주의’ 표지판을 부착해 입주민들에게 미끄럼 사고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고, 단지 곳곳에 CCTV를 설치해 방범 및 화재 예방, 안전관리에 활용했다”며 “수시로 순찰을 하면서 눈이 오는 날에는 초소에 미치해 둔 염화칼슘 등을 이용해 1일 2~3회 제설제빙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절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의무를 이했다”고 증명했다.

특히 “사고 당일 경비원 D씨는 새벽 5시까지인 휴게시간을 마치고 나와 인도의 보도블록이 얼어서 미끄러운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경비원 D씨는 2014년 12월 B씨가 미끄러져 넘어진 뒤(오전 5시 31분경)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날 오전 5시 35분경 넘어져 있는 D씨를 발견했고 곧바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후송되도록 함으로써 D씨가 즉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곳은 주차장 계단에서 올라온 후 동 입구로 가는 인도로 경사가 없는 평지이고 특별히 평소에 그늘이 지는 위치도 아니며 주변에 조명이 있어 어둡지도 않은 상태였다”며 “B씨는 사고 전날 저녁에 지인을 만난 후 새벽에 귀가하는 중이었고 최초 발견자인 D씨가 B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술에 취한 B씨가 부주의로 바닥의 진눈깨비가 녹지 않았거나 바닥이 살짝 얼어 있는 상태의 인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머리 부분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 B씨는 2014년 12월 오전 5시 31분경 단지 내 인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고 제설작업을 하던 경비원 D씨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뇌 연수마비로 사망했다. B씨의 유가족들은 “단지 내 빙판관리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 B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수원지법 민사1단독은 지난해 1월 “관리업체 C사에 관리상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본지 제1091호 2016년 2월 26일자 게재).

하지만 유가족들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관리업체 C사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산하의 김미란 변호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관리주체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과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확인한 판결”이라며 “특히 관리주체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관리주체의 재정적, 인적·물적 제약 등을 고려한 상대적 안전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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