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관리사무소장의 법적 지위 (상) - 박종두 전 한국집합건물법학회 회장

박종두 전 한국집합건물법학회 회장

관리소장에 의한 관리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에 관해, 입주자 등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자치관리하거나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해 관리토록 한다(동법 제5조 제1항). 그리하여 ‘자치관리’에 관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이 공동주택을 자치관리할 것을 정한 경우에는 공동주택의 관리소장을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 선임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인력 및 장비를 갖춘 자치관리기구를 구성토록 하고(동법 제6조 제1항), ‘위탁관리’할 경우에는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 관리토록 하고(동법 제7조 제1항), 나아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는 공동주택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관리 등을 위해 공동주택관리기구(자치관리기구 포함)를 구성하도록 한다(동법 제9조 제1항).

또한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입주자대표회의(자치관리),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주체, 주택관리업자 및 임대사업자는 주택관리사를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소장으로 배치해야 한다’라고 해 관리소장의 배치의무를 규정한다(동법 제64조 제1항 전단).

한편 ‘공동주택관리법’은 용어의 정의에서 ‘입주자란 공동주택의 소유자 또는 그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5호). 사용자란 공동주택을 임차해 사용하는 사람 등을 말한다(동조 제6호). 입주자대표회의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구성하는 자치의결기구를 말한다(동조 제8호). 관리주체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공동주택의 관리소장,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주체,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를 말한다(동조 제10호)’고 규정한다.

이상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의 ‘관리방법’과 ‘용어의 정의’를 종합하면, 동법상 공동주택의 관리체계는 자치관리의 경우에는 관리소장이 관리주체로서, 위탁관리의 경우에는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주체를 대표해 관리한다.

관리주체와 관리소장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0호는 “관리주체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공동주택의 관리소장, 관리업무를 인계하기 전의 사업주체,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를 말한다”라고 해 주택관리업자와 더불어 관리의 주체를 규정한다.

그렇다면, 관리소장은 관리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것인가. 통상 ‘주체’란 객체에 대한 개념으로서 사물의 성질·상태·작용의 주관 또는 단체나 기계 등의 주요한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법률상 의미에서의 ‘주체’란 권리의 객체에 대한 개념으로서 권리의무의 귀속자, 즉 권리능력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공동주택 관리에서의 ‘관리주체’란 관리의 대상인 건물 및 시설 등에 대한 관리권의 귀속자, 즉 관리의 권리·의무의 귀속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는 곧 관리이익의 귀속 또는 부담을 받는 건물의 구분소유자(입주자)여야 하고, 관리소장이나 주택관리업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법리는 법원의 판결에서 명백히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것으로서 ○○아파트 자치관리 관리소장은 동 아파트 보육시설(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시설)인 건물을 동 아파트 관리규약(계약체결 규정)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처 이 사건 임차인(피고)과 임대인의 명의를 관리소장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동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임대차기간이 만료하자 건물의 명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그러자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을 임대인으로 해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원고 ○○아파트 입주자대회의는 당사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본안 전 항변을 했다.

원심법원(대전지법 판결 2014.8.18, 2013나9954)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업무가 원고의 의결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아파트관리규약상 관리주체가 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구 주택법령(2009.12.29. 법률 제98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체계 및 내용은 자치관리로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정한 아파트의 경우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소장을 관리주체로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14호 (가)목], 동 주택법 시행령 및 주택법 시행규칙의 여러 조항에서 자치관리기구와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에 관해 규정한,…(중략) 체계와 내용에 더불어, ①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소장을 비롯한 그 직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계에서 피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감안할 때 자치관리기구가 일정한 인적 조직과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춘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없는 점, ② 구 주택법령과 그에 따른 관리규약에서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으로 하여금 그 명의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일정부분 관리업무의 독자성을 부여한 것은, 주택관리사 또는 주택관리사보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인 관리소장에 의한 업무집행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공동주택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일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라는 지위 자체에 사법상의 권리능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주택법에 따라 자치관리로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정한 아파트에 있어서 자치관리기구 및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은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집행기관에 해당할 뿐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 내지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구 주택법령과 그에 따른 관리규약에서 정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집행하면서 체결한 계약에 기한 권리·의무는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사단인 입주자대표회의라고 봐야 한다”고 해 원심판결을 파기해 환송했다(대법원 판결 2015.1.29, 2014다62657).

입법자의 의도는 주택관리업무에 전문성을 가지는 관리소장에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난맥상을 극복하고 공동주택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 볼 수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관리소장에 관리주체인 지위를 규정할 것은 아니다. ‘관리소장’은 입주자 자치관리조직의 관리사무집행자로서 ‘주택관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권행사의 대행자로서 지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동주택관리법’이 구 주택법의 규정을 답습해 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제3자인 ‘관리소장’ 또는 ‘주택관리업자’를 관리권의 주체로 한 것은 잘못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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