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해가 바뀌기 직전인 지난달 30일에 일부 개정됐다.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행정예고한 내용의 얼개 그대로다. 예상대로 당시 전문가들이 지적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자 선정지침은 전국 아파트단지의 주택관리업체와 용역, 공사업체 선정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기에 공동주택 관리문화나 이해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합리적 기준과 보편적 타당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야 관련 주체들이 수긍하고, 관리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바뀐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낙찰의 운용 방법을 입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적격심사제 또는 최저(최고)낙찰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찰서 투찰시 전자입찰 방법도 추가했다. 공사 및 용역업자 선정시 입찰가격 상한 공고 조건으로 3개소 이상의 견적서를 추가토록 했다. 또한 사업실적 인정범위를 입찰공고일에서 입찰서 제출 마감일로 변경했다. 행정처분 확인서 발급기준도 입찰공고일 전일 기준으로 변경했다.

사업자 선정지침은 2010년 7월 6일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3년의 ‘적격심사제’ 개정이다. 이번 낙찰 운용 방법의 ‘자율선택’은 이전 규정에서 원칙으로 했던 적격심사제와 관리규약에 근거가 있는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최저낙찰제의 보충적 방식에서 ‘완화’됐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으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 최저(최고)낙찰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부분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적격심사제와 최저낙찰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 ‘적격심사제 도입 이유가 몰각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논란이 일었던 입찰시 산출내역서에 인건비 등 산정기준 포함 의무화 조항은 빠졌다. 당장 관리·의결주체 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입찰서에 인건비 산정기준을 반영하는 게 사업자 선정지침의 도입취지에 ‘맞다’ ‘그르다’ 맞서고 있다.

정책 당국에 의해 사업자 선정지침이 도입된 ‘초심’은 경쟁 입찰에 의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 함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적격심사제의 실질적 내용이었다. 불합리한 표준평가표 등을 합당하고 공정한 룰로 만드는 것을 놔두고 우선순위의 앞부분에 있지 않은 것들만 손댄 것 같아 아쉽다.

공동주택 관리의 본령은 ‘입주민들의 행복’이다. 바탕에 깔려 있는 이 근본 목적에 맞게 제도가 운용돼야 한다. 정책 당국이 할 일이 이런 바람직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의 관련자들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리의 본뜻에 부합되도록 관련 주체들은 이에 맞는 운용방법을 택해야 한다. 관리·의결주체 모두, 늘 이를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한다. 주객이 바뀌어서는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재조합 등 기술의 융복합 발전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전통적 역할을 바꾸고 있다. 최근 모 언론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엔 청소원에 대한 인공지능·로봇에 의한 직업별 대체율이 ‘100’으로 고위험군이란다.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도 이 거대하고 도도한 물결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법과 제도가 시대의 요구와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한 현재의 유지와 규제 강화에만 머무른다면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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