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올해 10월 모방송국 기자로부터 아파트 관리비에 관한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 받아 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었다.

방송에서 ‘관리비리’ 실태만을 지나치게 부각하기보다는 150세대 미만 비의무관리대상 아파트에도 주택관리사 배치가 필요하고, 아파트 관리에 관한 전담기구도 마련돼야 함을 지적하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송 이후 프로그램 담당자로부터 과거 방송에 비해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다는 피드백과 함께 오피스텔 관리비에 대한 후속보도를 함께 준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방송팀과 함께 오피스텔 관리비 실태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법천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오피스텔 관리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오피스텔 관리를 담당하는 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넘쳐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오피스텔 거주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실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초반, 업무지역에 지은 빌딩을 사무실 임대로만 채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집처럼 쓸 수 있도록 고쳐 팔기 시작한 아이디어 상품이 오피스텔이다.

마침 정부도 주택 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원래 용도가 업무용인 오피스텔에 바닥 난방을 허용해 주면서부터 오피스텔은 바야흐로 ‘집에 가까운 사무실’로 변모하게 됐고,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가와 전세가의 폭등으로 인해 아파트의 대체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호박에 줄을 그어도 수박이 될 수는 없다는 우스개 말처럼 오피스텔이 아무리 주거의 기능을 담고 있더라도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업무용 시설이라는 점에서 아파트와 너무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 시내 10여개 오피스텔의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오피스텔의 관리비가 동일 지역 공동주택 대비 2배 이상 높았고, 같은 오피스텔 사이에도 관리비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피스텔은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만 적용되다 보니 관리비 부과 내역 등을 공개하지도 않아도 되고, 입주자들이 관련 자료의 열람을 요구해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만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심지어 관리비 때문에 관리사무소와 다툼을 겪던 사람이 관할 구청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공무원으로부터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억울하면 소송해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고 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오피스텔 관리에 관한 법적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상가와 오피스텔 표준관리규약을 제정했고, 오피스텔 관리비 실태를 조사하는 등 민달팽이 세대의 주거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준관리규약을 제정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고, 시가 관리비 실태를 파악하려고 해도 관리주체가 이를 거부할 경우 마땅히 제제할 방법도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같은 수준의 통제장치가 마련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선 관리비의 부과·징수 및 집행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표준관리규약을 모델로 관리규약을 제정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관리인 선임 방법을 개선하고 선임된 관리인은 행정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며, 관리인을 견제할 수 있도록 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고, 만약 오피스텔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오피스텔을 준주택으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유독 관리에 관해서는 주택과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일단 150세대 이상 규모의 오피스텔만이라도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즘 오피스텔이나 원룸,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를 ‘민달팽이 세대’로 칭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민달팽이 세대’들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서 오피스텔 관리에 관한 관련 법령이 하루 빨리 정비돼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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