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디언 소녀가 있었다. 추한 얼굴로 태어나 평생 단 한 번도 사랑을 해보지 못한 소녀는 자살을 택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다음 생에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였다. 인디언 전설에 의하면, 그 소녀가 죽은 자리에서 돋아난 풀이 바로 담배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부터이니, 흡연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담배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의해 처음으로 서구에 알려졌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해보니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고 추정된다. 흡연의 역사만큼 ‘혐연’의 역사도 길다. “피우게 해달라” “피우면 죽는다” 극단적 갈등까지 있었다. 혐연이 심했던 오스만투르크의 한 술탄은 흡연가 3만여명을 참수까지 했다.

층간흡연 문제가 아파트 민원 가운데 ‘최다’로 발표됐다. 기호식품의 문제를 넘어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동주택 간접흡연의 피해 민원이 층간소음보다도 많다고 밝혔다. 간접흡연 피해 장소는 사실상 아파트 단지 전체다.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베란다와 화장실 등 집 내부와 계단을 비롯해 복도, 주차장, 놀이터 등 실내, 실외를 가리지 않고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중 심각한 것으로 지목되는 게 ‘실내 간접흡연’이다.

최근 5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관련 민원은 모두 1500여건이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의 금연 제도화 요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창문이나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는 간접흡연의 피해가 심해 민원이 크게 늘고, 곳곳에서 다툼이 일자 정부가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아파트 실내 흡연으로 인한 피해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권익위와 국토교통부는 이미 운용하고 있는 층간소음 방지 제도를 참조해 공동주택 입주민 등의 층간흡연 피해방지 의무, 관리주체의 공동주택 실내 흡연 중단 권고 및 사실관계 확인 조사 가능, 입주자 등의 층간 간접흡연 중단 협조의무, 관리주체의 층간 간접흡연 피해방지 및 분쟁 조정, 층간 간접흡연 분쟁·예방·조정·교육 등을 위한 자치조직 구성 및 운영 근거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이 정비되면 앞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이 집안 베란다나 화장실 흡연으로 다른 집이 피해를 입고 있으니 중단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입주민은 이를 따라야 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달부터 공동주택 내 계단·복도 등 공용구역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렇지만 베란다 등 전유부분인 세대 안 흡연을 막기엔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위의 내용들이 법안에 반영되면 그동안 갈등 확대를 우려해 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관리주체의 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조정’은 ‘중재’ 등과 달리 이행 강제력이 없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속력 보완 등 실행 유효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그나저나 공용공간에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흡연자의 영역이 이제 사적 영역인 거주 내부공간까지 ‘간섭’ 받게 됐다. 이들의 불만이 해결·흡수되지 않고 방치돼 쌓이기만 한다면, 그것도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