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6>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최초 아파트 개념의 공동주택 건설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는 세계적인 도시 국가로 주변 국가의 사람들은 앞다퉈 로마로 몰려들었으며 그러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공동주택의 발달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당시 로마의 공동주택은 4~5층 규모의 건축물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콜로세움원형경기장 같은 건축물을 보더라도 공동주택 정도는 충분히 건설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로마는 오늘날의 뉴욕처럼 다양한 민족과 계층의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오랜 시간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살아왔던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생활의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곳에서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공동주택 입주민 간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의 사회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기에 지금과는 달리 누군가는 억울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콜로세움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원형경기장

그렇게 시작된 공동주택의 역사는 중세시대를 거쳐 상공업의 발달로 인해 여러 다양한 지역에 도시가 형성돼 발달하게 됐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이전의 유럽은 각 지역의 특산품을 교역하는 무역업이 활발해지면서 항구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도시가 발달하며 오늘날 유럽 대부분의 도시를 형성하게 됐다. 당시 이러한 도시의 주거형태는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건축물에서 알 수 있듯이 1층엔 상업시설이 2층부터 주거시설이 있는 주상복합형태의 공동주택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의 공동주택에는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해 창밖으로 오물을 버리곤 했는데 그렇게 버려진 거리의 오물들로 인해 도시는 온통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를 밟지 않거나 옷에 묻히지 않기 위해 하이힐이 탄생했으며 악취로 인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향수의 문화가 발달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전망이 좋은 고층이 로열층으로 인식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던 당시엔 높은 층일수록 저렴했다. 이렇게 발달하게 된 공동주택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증기기관에 의해 시작된 공업화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러한 대량생산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그때까지의 주거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농경이나 목축 사회의 문화에서는 경작해야 할 땅이나 돌봐야 할 가축이 많을수록 넓은 지역에 골고루 분포돼 살아야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가까운 지역에 모아야만 효율적인 노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많은 사람이 대도시로 몰려들게 됐고 이렇게 모여든 노동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지역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산업혁명의 공동주택

영국 산업혁명 시대의 공동주택

즉 오늘날 우리가 사는 공동주택의 기본 개념은 산업혁명으로 필요해진 노동자들의 집단수용을 위한 것이었으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의 발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잘살아보겠다고 모여든 지방 사람들을 수용하기엔 당시 서울의 땅은 너무나 좁기만 했다.

강제수용소와도 같았던 산업혁명 시대의 공동주택과 한강의 기적을 만들던 1960~70년대 경제발전의 시대에 살던 공동주택 입주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벌어 보겠다는 부품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에 모여든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록 출신지역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름에도 언젠가 성공해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서로의 삶을 돌봐주고 이해해주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한 공감대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소통하게 해줬다.

그때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소득수준과 주거환경을 갖게 된 오늘날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왜 소통하지 않게 되었을까?

 

다음시간엔 대한민국의 독특한 문화로 살펴본 공동주택의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아파트의 역사로 본 층간소음의 변천과정’이란 제목으로 이야기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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