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나라지표의 통계표에서 1990년 전국 주택건설호수를 보면 2008년 37만1285호 이래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76만5328호에 이르고 있으며, 계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택공급 증가추세 속에서 지난해 공동주택의 비율은 약 88.5%였으며, 이 가운데 아파트는 69.9%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는 2006년부터 주택법을 근거로 시행됐다가 2013년에 녹색건축인증제도와 통합되면서 잠시 없어졌다가 2014년에 주택법에 다시 부활됐다. 처음 도입될 당시와 달리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서 녹색건축인증제도의 영향을 받는 제도로 일부 변화됐으며, 평가기준도 변경됐을 뿐만 아니라 대상도 공동주택 성능등급표시로 바뀌었다. 공동주택 성능등급표시는 10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는 주택의 성능 및 품질을 입주자가 알 수 있도록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라 공동주택 성능에 대한 5가지 성능등급을 발급받아 입주자 모집공고에 표시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5가지 성능등급이란 소음 관련 등급, 구조 관련 등급, 환경 관련 등급, 생활환경 관련 등급, 화재·소방 관련 등급을 말하며, 5가지 성능등급을 표시하는 전체 성능항목은 56개의 성능으로 세분돼 있다. 이것은 1000 세대 이상은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항목이며, 각 성능항목별로 4가지 등급의 성능항목의 어느 등급에 속하는 지에 대해 별표로 표시하며, 4등급은 별 하나, 3등급은 별 둘, 2등급은 별 셋, 1등급은 별 넷으로 표시한다. 물론 1000세대 미만도 신청에 의해 표시할 수 있다. 이것은 초기의 성능항목보다 늘어난 것으로 공동주택에서 필요한 항목에 녹색건축 인증항목이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능등급표시를 도입한 목적은 공동주택의 건설과 관련해 분양시 모델하우스를 통해서 알 수 없는 공동주택의 성능을 제3자의 평가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통적인 지표와 기준과 방법으로 표시함으로써 입주자가 쉽게 비교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공동주택 건축물에 대한 성능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수요자에게 전문가의 평가와 확인을 통해 결정된 성능항목을 4개의 등급으로 나눠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쉽게 표시해 성능정도를 알려주는 것이 취지다. 모든 주택 공급업체나 분양업체는 자신이 건설하는 공동주택이 최고이며, 좋은 성능이라 광고하고 있으며, 중요한 성능항목이지만 분양대상 공동주택이 해당 성능항목에서 성능이 좋지 못하면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필요한 성능을 도출해 그 성능항목에 대해서 몇 등급인지를 알려줘 주택이 가지고 있는 성능에 대한 필요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많은 분양광고 자료나 소개글을 보면 대부분 성능보다는 입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눈에 보이는 몇 가지 항목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키워드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뛰어난 교통, 학군 등 교육, 행정, 문화, 편의시설, 지하철 ○호선 역세권 입지 등 입지 관련 사항이다. 브랜드 아파트와 더불어 조망권, 일조권, 자연생태하천, 호수, 강, 바다, 물 등 인접지의 자연환경에 관한 사항이 빠지지 않는다. 단지 내 관련사항으로 둘레길, 공원, 산책길, 생태학습, 차별화된 조경,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등이다. 주거동이나 세대 관련사항으로 1층의 개방감, 필로티, 남향위주 배치, 테라스, 4베이 설계, 3면 개방·알파룸·와이드 드레스룸·팬트리 등 특화설계 등이다. 가끔씩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 강화, 단열 등 에너지 문제, 장수명 주택에 대한 내용이 보일뿐이다.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의 대부분은 일반인의 눈으로도 쉽게 알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는 장소가 중요한 만큼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눈으로 판단할 수 없는 성능이 있고, 이 성능들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웃과 관계나 쾌적한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층간소음, 화장실 소음을 비롯한 각종 소음 성능, 에너지를 비롯한 환경성능, 가변성과 수리용이성을 비롯한 구조성능, 사회적 약자, 방범 등 생활환경 성능, 화재·소방 성능 등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지만 생활에는 중요한 성능으로 광고문구나 모델하우스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이다. 잘 설명해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건축적인 성능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한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됐음에도 여전히 공급자 우선의 건축성능 정보, 공급자가 채택한 정보만 국한된 상황 속에서 주택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건축물을 위한 정보에서 정작 건축성능정보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한계다. 재고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앞으로는 보다 많은 건축성능정보가 수요자들에게 제공돼야 하지 않을까. 정확한 정보로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1세기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제도적으로도 500세대 이상, 더 나아가서 300세대 이상의 단지에서도 단계적으로 성능표시는 의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제공과 더불어 소비자가 알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를 보호하고 주거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정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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