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공동주택 1000만 가구 시대에 접어들었다. 30여년 전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10%, 50여만 가구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제 전체 주택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지난 12일 주택법에서 공동주택 관리 영역이 분리돼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시행됐다. 다른 주택 관련 법안들도 함께 개편됐다. 분법의 의미는 한마디로 전문화와 효율화다. 주택법은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 시장의 관리에 관한 기본법 기능으로 재설정됐다.

공동주택 관리의 역할이 커지고 법률도 바뀌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무부처 편제를 보면 당혹스럽다. 현재 공동주택 관리 주요업무는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 주택정책관 아래 주택건설공급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주택건설공급과의 주업무는 이름 그대로 ‘주택건설공급’이다. 공동주택 관리부분은 주택건설공급의 부수적인 업무쯤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 누리집에 있는 주택토지실의 주요업무 어디에도 ‘공동주택 관리’라는 단어가 없다.

공동주택 관리업무의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의 담당 분야는 크게 ‘국토’와 ‘교통’이다. 국토교통부의 모태는 건설부와 교통부다. 1948년 교통부와, 1955년 부흥부 신설이 그 시작이다. 정부는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국토 재건을 위해 1955년 부흥부를 신설했다. 부흥부는 1961년 건설부로 이름을 바꾼다. 그 이후 ‘건설 드라이브’가 국정의 중심이 됐다. 건설부와 교통부 두 부서는 통합·분리를 반복하며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이름을 바꿔 지금의 국토교통부에 이른다. 부서의 변천과 명칭의 변화는 시대의 주안점을 담고 있다.

1990년의 건설부가 만든 주택관리과를 2003년의 건설교통부는 폐지했다. 이후 공동주택 관리업무는 주거환경과, 주택건설공급과의 일부분으로 편입됐다. 주택관리 전담부서 설치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2009년의 국토해양부는 국정과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연관성이 높은 조직·기능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주택건설과와 주택시장제도과를 통합해 주택건설공급과를 개편했을 뿐이다.

당시에도 공동주택 관리의 주무부서가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한 우려와 공동주택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정부 관계자는 “업무효율성 강화를 위해 조직을 능률적으로 재구성했을 뿐 고유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공동주택 관리가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화됐나. 정책당국자의 부족한 안목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담당부처가 없다보니 ‘관리업’에 대한 산업적 관심도 적은 게 현실이다.

정명(正名). 명칭에 상응하는 실질의 존재를 말한다. ‘이름’은 ‘내용’의 반영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으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역할에 맞는 실천을 강조한 그 울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도 꽤 됐다. 주택시장은 공급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시행에 맞춰 2016년의 국토교통부도 변해야 한다. 정부 중앙부처의 ‘과’는 본부와 소속기관을 합쳐 350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전 국민의 70%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전담부서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아울러 주택법에서 공동주택관리법으로 독립법이 제정됐으면 정부기구도 주택관리청은 아니더라도 ‘주택관리과’ 정도는 신설하는 게 옳다고 본다. 먼저, 이름을 바로 세우자.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