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관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요즘 연일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을 바로 켜지 못하고 리모콘만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평소 사용하는 기본 전기 사용량이 있는데, 여기에 에어컨 사용이 더해지면 관리비 고지서에 찍히는 전기요금이 다른 계절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전이 유독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에 대해서만 6단계의 누진요금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더구나 구간별 사용량의 폭도 크지 않기 때문에 가정에서 평소 사용하는 전기량에서 조금만 초과 사용하면 바로 최고 누진 요금 구간에 속해 최소 구간 대비 최대 11.7배 더 비싼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60%를 사용하는 산업체에서 월 600㎾H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6만 4000원의 요금이 나오는 반면, 가정에서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21만7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고 하니 누진제야말로 명백히 형평성을 잃은 제도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고로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만 누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한전의 전기요금 공급약관이 무효임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1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다보니 공동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의 부과방식이 매우 복잡하게 설계가 됐고 대다수의 입주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전기요금이 어떤 방식으로 부과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공동주택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요금이 크게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3가지로 분류되고, 주택용은 다시 주택용 고압과 주택용 저압으로 구분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공동주택의 경우 주택용 고압과 주택용 저압 및 일반용 고압 3가지 요금이 적용되며, 각 요금의 단가는 주택용 저압이 가장 비싸고 주택용 고압이 중간, 일반용 고압이 가장 싸다고 한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는 관리주체가 종합계약방식과 단일계약방식 중에서 한 가지 방식으로 선택하도록 정해두었는 바, 종합계약은 세대별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저압을, 공동 전기요금은 일반용 고압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이고, 단일계약은 세대 요금과 공동 요금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전기 사용량에 대해 중간 단계 요금제인 주택용 고압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종합계약의 경우, 세대에서는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공동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대별 실제 사용량에 따라 세대별 부과요금의 차이가 커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단일계약의 경우, 세대와 공용부분에 공통적으로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단지 전체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세대 실제 사용량과는 무관하게 주택공급면적에 비례에 1/n로 나눠 납부하기 때문에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세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한다.

이처럼 공동주택의 전기요금은 세대별 전기요금과 공동 전기요금 중 어느 쪽이 더 사용량이 많은지, 세대별 전기 사용량의 차이가 어떠한지 여부 등에 따라 부과 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관리주체와 대표회의는 이러한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어느 방식이 더 입주민에게 유리한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전기요금의 부과방식과 관련해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판결이 선고돼 소개하고자 한다.

대구 소재 모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에게 더 유리한 방식의 전기요금 부과 방식을 제안하지 않아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위탁관리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과거 중앙집중 난방방식을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실시했는데, 이 때문에 공동 전기요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존 전기요금 부과 방식인 종합계약보다 단일계약을 적용하는 것이 단지 전체적으로는 유리하게 됐음에도 관리회사가 전기요금 부과방식의 전환을 대표회의에 건의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비록 전기요금 산정 방식의 선택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한은 대표회의가 책임질 사항이라 하더라도, 관리회사는 어떤 방식이 입주자들에게 유리한지 검토해 그 내용을 대표회의에 알려주는 등 대표회의로 하여금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관리회사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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